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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의 심리학!
 
 
2005/12/01 (19:21)
작성자 : curse 조회수 : 7125
 


지름의 심리학

요즘 들어 많이 듣고 거론되는 이야기 중에 '질렀다'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질렀다라는 것은 저질렀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사고쳤다와도 같은 개념이 됩니다.

즉 충동구매와도 일맥상통하지만 질렀다라는 것은 충동구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능력을 뛰어 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건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또는 샵에 가서 구경하던 중에 우연히 눈에 들어 왔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경제력을 뛰어 넘는 사고를 친 것입니다.

모든 이들의 경제적 능력과 한계는 다를 수 있으므로 질렀다라는 개념이 반드시 일정한 금액을 넘어서는 것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가령 한달 용돈이 100만원인 사람이라면 50만원 정도되는 물건을 구입했다고 해서 질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면에 한달 용돈이 5만원이 사람이 20만원 정도의 제품을 구입했다면 이는 상당히 크게 질른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경제력은 타인이 보아서는 잘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대략적으로 따진다면 30대 의 보통 직장인이라면 50만원 정도, 대학생이라면 30만원 정도, 40대의 직장인라면 70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입할 경우에 주변에서 질렀다고 할 수 있겠죠.

이 금액 산정은 차이가 있으므로 그러한 것은 배제하고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을 상회하는 - 한두달 정도는 가볍게 굶어야 하는 - 사고를 친 것을 질렀다라고 상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르는 경우에는 크게 3가지 형이 있는데 먼전 즉시구매형입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고를 치거나 하루나 이틀 정도 후에 와서 사고를 치는데 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분할형으로 여유 자금이 생기면 수시로 샵에 지불하고 최종 지불이 끝난 시점에 물건을 손에 넣는 경우가 됩니다만 그런 상황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세 번째로는 적금형으로 사려고 찍어 놓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저축을 해 가며 마침내 제품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완전히 반대 상황이 되는데 미리 굶느냐 나중에 굶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세 번째의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서론에 말씀드린 것처럼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고 보는 순간 질러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미리 가지는 것이 질러 버린다는 어감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어떠한 방법을 택하더라도 지른다는 것은 결국 사고를 치는 것이고 가져야 할 물건을 미리 가지거나 나중에 가지는 시간상의 차이입니다.

2차 대전사를 읽다 보니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더군요.

2차대전 말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여 연합군이 독일 본토로 진공을 하고 독일군은 점차쫓겨 가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지휘관들은 히틀러에게 본토로 후퇴하여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낫다고 했지만 히틀러는 후튀불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전선의 실상을 알고 있는 지휘관들이 재차 건의를 올리자 히틀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후퇴란 결국 여기서 맞게 될 종말을 저기서 맞는다는 차이일 뿐이다"

물론 이 말을 하고 나서 히틀러는 그 의미를 깨닫고 침묵했습니다.

즉 히틀러 자신도 종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죠.

지른다는 것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합니다. 나중에 사든 지금 사든 그 제품을 산다는 것은 변함이 없고 단지 시점의 차이인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른다는 것에 대하여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지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닙니다.

지르기 위해서는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 경제적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안목입니다.

그 제품의 가치가 어떠하건 일단 그 제품이 자신의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경제적 능력은 각자가 다르므로 지름의 경계가 되는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비추어 과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도 정말 마음에 들고 놓칠 수 없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손에 넣는 것이 지르는 것입니다.

이 안목이라는 것은 지식과 달라서 같은 매니아라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공부를 많이 한다고 안목이 높아지기 보다는 제품을 많이 보고 제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대개의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된 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떠한 분야에 안목이 있지만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사람은 지르게 됩니다. 반면에 경제적 여건이 있어라도 안목이 부족한 사람은 지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안목과 더불어 필수적인 또 한가지 요소는 돈을 돈으로 보면 안된다는 관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모으려고 하는 사람은 절대 지를 수가 없습니다. 또한 질러서도 안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경제력은 꼭 필요합니다. 원시 사회에서는 생산력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돈이 경제력을 대변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돈을 소중히 생각하고 열심히 모으려고 합니다. 지른다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돈모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가령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 5개월 할부 정도로 산다고 하면 이는 5개월 동안 돈을 모아 제품을 구하는 사람보다는 기쁨을 5개월 먼저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 5개월은 푹 쉬면서 보충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르고자 하는 사람은 돈을 돈으로 보지 말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으로 보아야 합니다. 은행 잔고에 미련을 두면 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력 보다 높은 안목과 일반적인 경제 관념의 무시가 바로 지름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대개의 매니아들이나 컬렉터는 이 두가지 요소를 겸비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매니아가 나이프샵을 방문했을 때 미리 작정하고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그저 둘러 보러 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지른다는 것은 충동구매적인 요소도 강하므로 여기서는 그저 둘러 보러 가는 경우를 택했습니다.

그냥 인사나 하고 천천히 둘러 보고 있는데 어쩐지 마음에 와 닿는 아이템을 발견합니다. 처음엔 갸웃하더라도 점차 마음 한구석에 그 아이템이 자리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시점을 업계 용어로 "꽂힌다" 라고 하는데 외부 요소로 인해 내면 세계가 진동하는 것을 말하며 잔잔한 물가에 돌이 날라와 파문이 생기는 것과도 같습니다.

즉 타겟이 설정된 것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일단 꽂히고 나면 지르는 단계로 가는데 아이템에 따라 바로 가는 경우도 있고 다소 시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꽂힘 단계에서 지르기가 완료되는 과정에서는 외적인 요인들도 존재합니다.

우선 동료 매니아들의 바람잡이성 멘트 '정말 좋은 아이템이다','이런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리미티드 에디션이라면.....','이 정도는 되어야......' 등등의 바람잡이성 멘트로 인해 자제심에 기스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보다 효과적인 멘트로는 '아직 없어?','아무개도 이 정도는 있는데....' 등등의 염장성 멘트들이 있는데 이 정도 멘트면 자제심에 기스 정도가 아니라 크레바스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그 외에 멘트로는 '이거 앞으로는 구하기 쉽지 않은데......' 등의 시간을 한정하는 멘트가 들려 오면 컬렉터의 월사금 법칙 중 제 1번인 있을 때 잡아라를 떠올리게 됩니다.

여기서 월사금의 법칙이 나오는데 이는 모든 사회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것으로 컬렉터라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예전에는 국민학교 수업료를 월사금이라 했는데 바꾸어 말하면 일정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치뤄야하는 금전 및 정신적 대가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중견 컬렉터 이상이 되면 상당한 월사금을 치루고 고도의 안목이나 노하우를 얻게 된 것입니다.

이 단계에 접어 들면 이미 지르겠다는 확고함이 자리잡게 됩니다.

이미 피스톨에 총알이 장전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총알이 장전되고 나면 방아쇠를 당기는 시점이 문제인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지름의 묘미입니다.

뇌물의 묘미는 영화 황산벌에도 나온 것처럼 주는 사람은 상대가 난처하지 않게 받아 들여야 하고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을 난처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묘미가 생기는 것이죠. 즉 고도의 짜고 치기 고스톱이죠.

작업의 묘미는 넘어가게 하려는 남자와 넘어가지 않으려는 여자간의 밀고 당기는 것이 묘미입니다.

그렇다면 지름의 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지름의 묘미는 지르기로 한 시점(총알이 약실에 장전된 시점)에서 해머가 뒤로 제껴지기 까지의 시점이 가장 큰 묘미라고 봅니다.

즉 이미 지르기로 하고 지른다라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직전입니다.(카드나 현찰을 꺼내기 직전)

이 시간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데 짧게는 5분 이내 길게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지른 후의 만족도 만족이지만 이 시간이 어쩌면 더 큰 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카드 한도나 예금 잔고를 생각해 보며 얼마나 더 삥땅이 가능한지의 여부룰 살펴야 하고 할부를 한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적당한지 무엇을 더 포기해야 하는지 등등의 모든 생각과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입니다.

뇌물이나 작업은 타인과 자신과의 관계에 관한 문제이지만 지름은 자신만의 밀고 당기기입니다.

우선 그 엄청난 금액을 생각하면 뇌리에 경고등이 켜지지 시작합니다.

어떤 이들은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본다고 합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천사를 내쫓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자기 성찰을 실천합니다.

남들은 이해할 수도 있을 지도 모르지만 본인의 그 절박함은 그 누구도 100%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직장인 정도되면 한번 사고의 규모가 거의 냉장고나 세탁기 수준이라 엄청난 결단의 시간이죠.

그래서 총알을 장전하고 해머를 제끼기 까지의 그 시간은 치명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원래 치명시간은 철사장을 맞은 순간부터 신경에 작용하여 산체에 대미지를 입히기까지의 시간을 말합니다.)

그 시간이 다 지나고 나면 이제 총알은 장전되어 있고 해머는 제껴진 것입니다.

이제 최후로 방아쇠만 당기면 지름이 끝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마지막으로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한가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 지름이 정당하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자신에게 이해시켜 주고 각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마치 사형수가 최후의 기도를 드리는 것과 흡사하군요.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면 방아쇠를 당기면(카드를 꺼내고, 지갑을 열고 등등) 됩니다.

따콩!!!

한줄기 총성(카드 수신음, 돈세는 소리 등등)과 함께 이제 지름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부터는 즐기는 시간이죠.

지름이 끝나면 이제 만족감과 후유증이 동시에 찾아 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만족감이 더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유증이 심해지죠.

후유증에는 금전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는데 정신적인 것이 오래 갑니다. 만약에 한 때 분위기에 혹해서 산 것이라면 후유증이 더 오래 가겠죠. 그러나 이것도 컬렉터라면 월사금의 개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후유증이 가라앉을 무렵에는 다시 아이템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컬렉터의 숙명을 타고난 사람의 운명은 대개 이러합니다.

사이코 스릴러로 유명한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면 한니발 렉터 박사가 스털링 요원에게 힌트를 주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욕망은 보이는 곳에 있다."

지르지 않으려면 지를 만한 곳에 가지도 말고 소식도 듣지 말아야죠.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것이 컬렉터라서 지름은 끊이지 않습니다.

반면에 어찌 이러한 컬렉터들로 인해 해당 분야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므로 어느 취미 분야든 지름을 빼지 않고는 이야기가 될 수 없습니다.

지름을 멈추지 않는 매니아와 컬렉터 분들께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그리고 지르지는 못하시더라도 지르시는 분들을 성원해 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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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의 심리학! curse 2005/12/01 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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